여성만의 질병 '냉대하'

  • 중동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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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이되는 의학상식
  • 2016.09.0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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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중동한의원의 김범석 원장입니다.
흐린 날이 많은 영국 사람들은 간혹 날씨가 맑으면 너나할것 없이 일광욕을 즐기곤 합니다. 햇살이 없는 흐릿한 날씨는 사람을 찜찜하게 만들고 심할 경우에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흐린 날씨의 찜찜한 기분처럼 냉대하로 고생하시는 여성분들의 심정이 이와 같이 않을까요??
우리나라 성인여성의 3분의 1이 앓고 있다는 냉대하. 만일 냉대하가 말끔히 치료된다면 상쾌한 하루를 보내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여성들의 냉대하는 쉽게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다 그렇겠거니’ 하며, 포기하는 심정으로 지내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냉대하'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코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나고, 염증이 심하면 누런코가 나오듯이 자궁을 포함한 여성 생식기도 점액을 분비합니다. 정상 자궁의 경우에 이러한 점액은 자궁 점막을 건조하지 않고 촉촉하게 유지해줍니다. 단, 이 때 분비되는 점액은 생식기 밖으로 나오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데요... 만약 생식기 밖으로 분비물이 배출되고 냄새가 난다면 냉대하증을 의심해야 한다.

정상 질분비액은 투명하거나, 젖빛처럼 뿌연 색깔이며,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강한 산성을 띠고 있어서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 정화기능도 하지요. 또한 월경주기에 따라 색깔과 모양이 약간씩 달라지는데 배란기에는 물과 같은 엷은 점액 성질을 띄기도 합니다. 아울러 성생활이 활발할 때, 호르몬제나 피임약을 복용할 때, 유산 및 분만 후 등에는 질에서 맑거나 우유색을 띤 분비물이 증가하여 흘러나오기도 하지요.
이처럼 정상적인 냉은 속옷에 우유색이나 연한 황색으로 묻어나오며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나옵니다. 그러나 속옷이 녹황색 또는 갈색으로 착색되거나 불쾌한 냄새가 날 때, 병적으로 많이 흘러나오거나, 외음부에 가려움증이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있을 때, 성관계나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낀다면 일단 비정상적인 대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들 여성들이 감기보다 더 잘 걸리는 것이 바로 이 냉대하라고 하지요. 보통 여성이라면 누구나 있는 것으로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병원에서 질염이라고 진단을 받으면 치료해야 될 병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냉대하란 질염의 대표적인 증상이고 실은 거의 같은 의미입니다. 즉 질염이 병명이라면 냉대하란 질염에 대한 증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하나 질염이 거의 같은 의미인데도 환자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너무 큰 차이가 있고 이는 한방과 양방의 질병에 대한 접근방식과 우리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냉대하․질염이 왜 발생하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양방적으로 질염을 일으키는 감염균들을 살펴보면 크게
누런 화농성 대하가 증가되며 냄새가 나고 가려움증을 야기하는 트리코모나스 기생충과
콩비지처럼 흰색의 덩어리진 분비물이 증가하고 가려움증이나 화끈거림을 일으키는 칸디다가 대표적입니다. 이외에 비특이성 질염으로 비호기성 균이 많아진 경우, 염증성 질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해 오는 위축성 질염 등이 있으며, 자궁경부가 만성적으로 손상된 경우나 자궁경부암에서도 대하가 나타나게 됩니다.  드물게는 자궁내막의 염증이나 자궁근종, 난관염에서도 분비물이 나오기도 하지요.

이렇듯 양방의 경우 냉대하의 주요한 원인을 각종 세균에 의한 질내의 염증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의학적으로 보면 냉대하는 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냉대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냉’이란 찬 것을 말합니다. 즉 신체 전반적으로 위장기능이 약하고, 손발이 차며, 아랫배가 찬 현상을 말하는 것이지요. ‘대하’는 여성생식기로부터 분비되는 분비물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내 몸이 차서, 생식기 분비물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이 냉대하, 냉증이라고 하는 병입니다.
코가 찬 기운에 노출되면 콧물이 나듯이, 아랫배가 찬 기운에 노출되면 장(腸)에서는 설사가나고, 자궁과 질에서는 냉대하가 나오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랫배가 냉한 것이 원인이 되어 대하가 생긴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러한 냉대하의 원인을 크게 기허와 습열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기허로 인한 경우에는 전신이 허약하여 늘 기운이 없고 쉽게 피로하며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서 나타납니다. 이때는 늘 하복부가 차고 골반 내 혈액순환도 잘 안되어 자궁이나 난소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여 냉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또한 겉으로는 건강한 체형을 가지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잘 받고 예민한 사람들은 습열로 인한 대하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 음부가 아프거나 가렵고 소변보기가 힘든 증상을 수반하게 됩니다.

한의학적 치료는 감염에 의한 발생이든 신체기능의 저하가 원인이든 간에 일단 인체의 생기를 먼저 보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염증이나 냄새와 점도가 심할 경우 습열을 제거해주는 방법으로 치료합니다.

벽에 곰팡이가 생기면 보일러를 켜서 온도를 높이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 습기를 말리지요. 이처럼 곰팡이를 없애는 근본치료법은 균을 제거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개선하는데 있습니다.
냉대하도 마찬가지 입니다. 단순히 어떤 세균인지를 조사해서 그 세균을 죽이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습하고 차갑고 때로는 더운 환경을 개선하여 세균이 잘 번식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곧 치료의 근본입니다.

갑자기 양이 많고 악취가 나며 끈적끈적한 양상의 대하일 경우에는 습열로 인한 경우가 많기에 주로 염증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의 치료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치료 후에도 반복적으로 재발되거나 많은 양의 대하가 계속되는 경우에는 단순 염증제거보다는 장부기능의 이상을 찾아 치료를 해야 합니다.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냉·대하는 주로 몸의 수액대사를 담당하는 주 장기인 신장과 비장 기능의 허약으로 인해 습기가 정체되어 발생합니다. 즉, 우리 몸의 습기를 조절하는 비장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신장의 기능이 저하되면 차가운 습기가 아래로 흘러 냉대하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약해진 비장과 신장의 기능을 도우면서 하복부를 따뜻하게 덥혀주는 한약 및 침구치료를 하게 됩니다.

아울러 냉·대하증은 말 그대로 냉(冷)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뜸치료를 병행하여 하복부를 덥혀주면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냉대하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냉대하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풀리셨는지요??
끝으로 냉대하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 몇가지 생활상의 주의점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성의 질은 습하고 따뜻해서 세균들이 살기가 좋은 환경일 것 같지만 여기에는 호기성 균인 유산균이 많이 있어서 나쁜 세균들은 번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질의 자정작용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질을 깨끗하게 한다고 질 세정을 자주, 과도하게 하는 경우에는 질의 산도가 오히려 약화되어 좋지 않은 세균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게 됩니다. 결국 과다하고 빈번한 질 세정은 질염을 유발하기도 하지요. 따라서 질 세정을 할 경우에는 적당한 빈도로 외음부 정도만 세척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나일론 속옷이나 몸에 꽉 끼는 바지를 즐겨 입고 의자에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여성의 경우에 땀이 잘 발산되지 않아 생식기에 습기가 많아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냉대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생식기의 통풍이 잘 되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한 옷을 따뜻하게 입고, 찬음식이나 찬음료, 밀가루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과로로 인한 면역력 저하는 냉대하를 유발하는 결정적인 요인이기에 과로를 피하고 근심, 걱정 및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오염된 장소에 모여든 벌레들만 쫓는다고 그 장소가 깨끗해지지 않듯이 겉으로 드러난 냉대하만 신경 쓰고 내 몸의 상태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 장소는 영원히 깨끗해질 수 없습니다. 만약 냉대하가 생길 때마다 근본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계속해서 항생제를 사용한다면, 당장의 세균은 없앨지 몰라도 우리 몸은 더욱 차게 되어 질병의 악순환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증상보다는 원인을 치료하고 개인별 맞춤치료를 장점으로 하는 한의학, 여러분들도 지금 냉대하로 큰 불편을 겪고 계신다면 전문 한의사에게 진찰과 상담을 받아보고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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